호반그룹은 과거 금호산업 인수전을 계기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굵직한 M&A에 참여했다가 여러 차례 인수를 포기하면서 실속만 챙기는 체리피커 이미지가 굳어졌다./사진=뉴시스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과거 인수합병(M&A) 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M&A 시장의 단골 손님이었지만 실제 인수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어 실속만 챙기는 '체리피커' 이미지가 굳어졌다. 오너 2세 김대헌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M&A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소극적이던 이전의 행보가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 준비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2일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설이 불거졌다. 호반그룹은 2022년 이후 ㈜호반·건설·호텔앤리조트 등을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왔다. ㈜호반은 2회,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와 올해 총 82차례에 걸쳐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현재 호반그룹의 지분은 18.46%까지 늘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격차가 1.63%포인트로 줄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굵직한 M&A에 참여했다가 인수를 포기한 사례가 적지 않아 곧이 곳대로 믿는 이는 적다.

호반그룹은 호남 지역 기반의 주택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지역 건설사에 머물던 호반그룹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면서다. 임대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중견 건설사가 호남을 대표하는 금호산업 인수에 나서자 호반그룹과 김상열 회장을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금호산업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승자는 호반그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호반그룹은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해 288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뒀고, 김상열 회장은 재계의 주목을 받으며 제22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됐다.

2세 김대헌 사장 필두로 공격적 M&A 나서

호반그룹은 김대헌 사장이 승진한 이후부터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꾀하고 있다./사진=호반그룹

M&A 과정에서 마케팅 효과를 경험한 호반그룹은 이후에도 유사한 행보를 이어갔다. 동부건설, 보바스기념병원, SK증권, 한국종합기술, 대우건설 등 굵직한 인수전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지만 울트라건설을 제외하고는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 않았다.


동부건설은 인수의향서만 제출한 뒤 본입찰에 불참했고, 인수 가능성이 높았던 SK증권은 인수 막판에 발을 뺐다.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까지 마쳤지만 해외 사업장 부실을 이유로 철회했다.

이로 인해 호반그룹이 실사 과정에서 정보만 얻고 발을 뺀다는 비난도 받았다. 인수 의지 없이 M&A에 참여, 이름과 재무 건전성을 부각하는 실속만 챙기고 시장을 교란했다는 지적이다. 호반그룹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0건의 굴직한 M&A에 나섰지만 울트라건설(2016년), 퍼시픽랜드(2017년), 리솜리조트(2018년) 만 성사됐다.

김대헌 사장이 M&A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실사 기회를 통해 기업의 내부 사업 구조와 경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M&A 시장에 알짜 기업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보였던 것은 향후 '결정적 인수'를 대비한 학습에 나선 것이었다는 관측이다.